이 식물, 어디서 봤는데 이름이 뭐죠?
— 「오늘부터, 식물집사」 네 번째 이야기
식물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예쁜 식물 하나 키워볼까" 정도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길을 걷다가 화단 앞에서 멈춥니다. 카페 앞 화분을 보고도 멈추고, 공원 한쪽에 핀 풀을 보고도 멈춥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사진을 찍어 검색해보기도 하지만, 식물의 세계는 생각보다 이름이 어렵습니다. 흔히 보는 식물도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름을 알아도 비슷하게 생긴 식물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은 조금 다르게 가보려 합니다. 키우기 좋은 식물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미 어디선가 만났지만 이름은 몰랐던 식물들. 오늘은 그중 네 가지를 골랐습니다.
사진: Art Whistler · CC BY 4.0 (Wikimedia Commons)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키 40~80cm 정도까지 자랍니다. 줄기는 회록색을 띠고 둥글며, 끝에 원기둥 모양의 작은 꽃이삭이 핍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원산이고, 국내에서는 남부 지방의 얕은 물속에서 자랍니다.
재미있는 건 이 식물의 쓰임새입니다. 뿌리줄기 끝에 달리는 덩이줄기는 아삭하고 살짝 단맛이 나 식용으로도 쓰이는데, 중화요리에 자주 쓰이는 '워터체스트넛'이 바로 이 남방개입니다. 다만 날것으로 먹으면 기생충 감염 위험이 있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합니다. 비슷하게 생긴 올방개·마름과는 다른 종이니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같은 초록색이라도 물가에서 살아가는 식물과 마른 땅에서 살아가는 식물은 살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남방개를 만난다면 이렇게 기억해두세요. "화분보다 물가가 더 익숙한 식물."
더 자세히 보기 → 남방개(Water chestnut) 키우는 법 · 특징
사진: Pekachu ·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갯벌이나 해안 습지를 걷다가 붉은빛으로 물든 풀밭을 본 적 있다면, 아마 칠면초였을 겁니다. 염분이 높은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대표적인 염생식물로, 조직 안에 염분을 저장하거나 배출하는 방식으로 삼투압 균형을 맞추며 버팁니다.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습니다. '칠면초(七面草)', 즉 일곱 개의 얼굴을 가진 풀이라는 이름은 계절에 따라 색이 여러 번 바뀌는 특징에서 왔습니다. 봄~여름에는 짙은 초록빛이다가, 가을이 되면 자주색으로 물들어 갯벌 전체를 붉은 융단처럼 뒤덮습니다.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하니, 이 붉은 풀밭이 누군가에게는 식탁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식물에게 바닷물의 소금기는 상당히 혹독한 환경입니다. 그런데 칠면초는 그런 환경에 적응해 살아갑니다. 갯벌에서 마주친다면 한 번쯤 이름을 불러주세요. "칠면초구나."
더 자세히 보기 → 칠면초(East Asian seepweed) 키우는 법 · 특징

카페나 사무실 로비에서 길쭉하고 시원한 잎을 늘어뜨린 관엽식물을 본 적 있다면, 드라세나 계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중 '자바'는 좁고 긴 잎과 가느다란 줄기의 실루엣이 특징으로, 이국적인 무드를 내고 싶은 공간에 자주 쓰입니다.
- 기본 정보: 학명 Dracaena angustifolia 'Java' · 과명 백합과 · 원산지 아프리카 · 생육형태 관목형
- 빛: 중간~높은 광도를 좋아하지만, 직사광선보다는 통풍이 좋은 밝은 그늘이 적당합니다.
- 물주기: 봄~가을엔 흙 표면이 마르면, 겨울엔 화분 흙 대부분이 말랐을 때 흠뻑 줍니다.
- 온도: 생육 적온 16~20°C, 겨울 최저 13°C 이상은 유지해야 합니다.
- 관리 난이도: '경험자'용으로 분류돼 있어, 처음 식물을 들이는 분보다는 관엽식물을 한두 번 키워본 분에게 더 잘 맞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점: 공기정화식물로도 알려져 있고, 잎에 무늬가 없는 대신 단정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고무나무'라고 하면 두껍고 반짝이는 잎을 떠올리기 쉽지만, 고무나무의 세계도 생각보다 넓습니다. 움벨라타는 그중에서도 하트 모양에 가까운 넓은 잎이 특징으로, 잎이 넓은 만큼 존재감도 확실합니다.
- 기본 정보: 학명 Ficus umbellata · 과명 뽕나무과 · 원산지 열대아프리카 · 생육형태 직립형
- 빛: 중간~높은 광도를 선호합니다. 다만 환경 변화에 예민한 편이라, 화분을 자주 옮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온도: 생육 적온 21~25°C, 겨울 최저 13°C 이상 유지가 필요합니다.
- 관리 난이도: 이 역시 '경험자'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습도와 빛의 변화에 민감한 편이라, 자리를 한번 정했다면 웬만하면 그대로 두는 것이 관리의 핵심입니다.
- 주의할 병충해: 응애, 깍지벌레
자생식물은 조금 다르게 정리돼 있습니다
이번 편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남방개와 칠면초는 도감에 이미 올라와 있지만, 드라세나 자바나 움벨라타 고무나무처럼 물주기·빛·난이도 같은 '재배 스펙'이 채워져 있진 않습니다. 화분에서 기르는 식물이 아니라 물가나 갯벌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보니, 도감에도 원산지와 생김새, 쓰임새 같은 특징 위주의 정보로 정리돼 있습니다.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이 식물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채워져 있는 셈입니다.
식물 이름을 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
처음부터 도감을 펼쳐놓고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궁금한 식물 하나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줄기는 어떤 모양인지, 꽃이 피었는지, 어디에서 자라고 있었는지. 하나씩 눈에 담아보고, 이름을 알아냈다면 한 번 더 물어보세요. "얘는 원래 어디에서 사는 식물이지?" 그 질문까지 가면 식물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남방개가 왜 물가에 있는지, 칠면초가 왜 갯벌에서 살아가는지, 드라세나 자바가 왜 실내에 잘 어울리는지 — 식물의 모습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네 가지 말고도 궁금한 식물이 있다면, 도감에서 먼저 찾아보세요. 이름조차 감이 안 잡힌다면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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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에서 직접 찾아보고 싶다면 → 식물도감 전체 보기
오늘부터 식물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오늘 길을 걷다가 처음 보는 식물을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사진 한 장 찍어두고, 이름을 찾아보세요. 식물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이미 살고 있는 도시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름 모를 식물이 우리 앞에 나타날까요. 네모네플랜트가 하나씩 찾아보겠습니다.
당신과 식물이 함께 자라는 시간 | 네모네플랜트
※ 드라세나 '자바'와 움벨라타 고무나무의 사진 및 생육 정보는 농사로(농촌진흥청) 제공 자료이며,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이 적용됩니다. 남방개·칠면초의 사진은 각각 Art Whistler(CC BY 4.0), Pekachu(CC BY-SA 4.0)가 Wikimedia Commons에 공개한 이미지이며, 정보는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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